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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대학원일기-예전글

[대학원일기] 족보

오늘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위에 말씀드린 내용과 연관된 내용입니다.

바로 종합시험이나 입학시험때 참고자료가 되는 족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족보란 다른 말로 이전까지 시험에 출제되었던 문제(기출문제)들을 모아논 것을

말합니다.

대학원생들이 실력으로 시험을 봐야지 무슨 족보냐? 하고 반문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실험하느라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고 좀더 시간을

절약해서 공부하기엔 족보가 최선의 선택인 것인 것을.....

그래서 각 실험실마다 이 족보는 선배가 후배에게 전해주는 가보와 같은

물건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대학원 입학시험을 보게 되면 입학예정자에게 그동안의 족보를 물림해주고

그 관리를 족보를 받은 사람에게 넘깁니다.

족보를 받은 사람은 역시 다음해에 또 신입생이 들어오면 같은 방법으로

족보를 전수하는 거죠.

이런 족보를 계속 모으다 보면 재미있는(?) 내용들을 볼 수 있습니다.

족보라는 것이 문제만 그대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모범답안으로 계속 추가되고 넘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족보가

쌓이다 보면 모범답안의 내용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공부하는데 고민이 되는 경우

도 있습니다.

따라서 몇 년에 한번씩은 다시 모범답안의 살을 빼는 작업도 병행됩니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을 족보를 내려보내다 보면 정말 주용한 문제와 답만이 남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는 발생합니다.

너무 완벽한 답과 문제이기 때문에 만일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있다면 

같은 족보로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답안을 제출하게 되죠.

이런 경우교수님들이 눈치를 채시고 다음해부터는 문제의 유형이 전혀 새로운

것으로 바뀝니다.

다시 새로운 족보를 만들어 내야 하는 거죠.

교수님들도 사실 족보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방치하는 이유는 적어도 시험 문제에 나오는 문제 만큼은

가장 중요한 내용들이니 시험때 만이라도 공부해서 알고 있으란 의미에서, 즉

시험을 포기하지 말란 의미에서 족보의 존재를 눈 감아주시는 거죠.

어떤 다른 학교의 대학원 입학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전략이 바로

이 족보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 족보를 구하면 그 학교 교수님들의 문제 출제 유형을 대부분 짐작할 수 있고

또 가끔은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쉽게 답을 쓸 수도 있으니까요.

자기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대학원으로 가서 시험볼 때 족보를 구하지 못한다

면 남들이 5를 투자해서 10을 얻을 때 자신은 8을 투자하고도 8밖에 얻지 못해

떨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족보라는 것이 일종의 편법으로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기왕 있는

족보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되는군요. ^^

아마 오늘 시험보고 있는 대학원생들도 족보를 열심히 활용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족보를 두고 몇가지 말들이 떠돌고 있죠.

"잘 키운 족보하나 열 써머리 안 부럽다."

"족보여 잘 있거라" - 종합시험을 끝내고 이제 시험이 없다고 대학원생들이
하는 말입니다.

"나에겐 두 개의 족보가 있다.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족보와 오직 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족보" ^^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다음엔 대학원에 있는 방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좋은 주말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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