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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대학원일기-예전글

[대학원일기] 학부실험보조

그럼 오늘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대학원생들이 많이 하는 학부 실험 보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원생들이 보통 학부 실험에 들어가게 되면 '조교선생님'이라는 호칭

을 듣게 됩니다.

어찌 보면 '교수님' 이런 말과 비슷한 어감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대학원생들이 생각하기에는 '이 막노동꾼아'로 들린답니다.

존경을 받아야 하는 위치가 아니라 아래로는 학생들의 실험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하고 (한번 실험 하기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하고

실험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위로는 교수님들의 요구 사항 수용하기 위해서

역시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거든요.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이 실험조교는 하고 싶지 않은 보직(?) 중에 하나

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학원 1년차들이 많이

이 실험보조를 맡게 됩니다.

이 실험 보조를 할때 가장 난감한 경우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죠.


1. 자기가 맡은 실험이 무슨 실험인지 감도 안 잡힐때..

무슨 이야기냐 하면 학부에서 많은 실험을 하지만 실제로 자기가 전공

하고 있지 않은 실험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조해야 하는 조교의 입장에 서기 보다는

같이 배우는 입장에 서게 되죠.

이런 경우 학생들 실험이 금요일에 있다면 자기는 목요일에 미리 가서

선배들에게 배우고 실험준비를 해야 한답니다.

물론 자기가 잘 아는 실험 조교가 되면 쉽죠...


2. 학점은 줘야 하는데 학생들이 리포트를 제출 안할때

같은 학생이었던 입장으로 학생들이 'F'학점은 안 맞게 하고 싶은데

리포트 작성을 늦게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을 아예 잊고

점수를 나쁘게 주면 되지만 교수님께 최종 보고하기 전에 이런 친구들을

구제하려고 대학원생들은 발버둥치게 됩니다.

안되는 연락하면서 '제발 리포트 좀 내 달라고' 사정하게 되죠.

이럴때 '학부실험보조 조교' 들의 마음 아무도 모릅니다.


3. 한참 실험방향 구상하고 그렇게 하려고 했더니 교수님이 방향바꾸라고

할 때.

보통 실험계획은 교수님이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생들이 계획을 

짜고 그 계획에 일정을 맞추어 나갑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말 안하시던

교수님이 '이거 이러면 안돼' 하시면서 실험방향을 바꾸어 버리시면...

저희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에 다시 한번 이르게 됩니다.

또 어떤 교수님이 '이렇게 해라'라고 해서 '이렇게' 했더니 다른 교수님이

'저렇게' 하라고 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죠.


4. 실험받으러 들어온 학생이 자기보다 선배일 때

보통 군대가지고 않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 많이 겪게 됩니다.

분명 1학년때 쯤은 자기 선배였는데 대학원 진학해 보니 실험 받으러 와

있는 겁니다.

보통 안면 깔고 실험을 진행하지만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좀 친했던

사람이면 골치 아파집니다.

리포트를 늦게 내거나 점수 잘 달라고 사정하는 건 보통이죠.

정말 술 한잔 같이 하기도 힘들어서 나중엔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경우가 있어 나중에 리포트 점수 평가할때 이름안보고

평가했다가 친한 선배한테 저때문에 실험에서 'C'를 받아서 장학금 못 받았

다고 불평을 1년 넘게 계속 들은 적이 있답니다.

결국 해결은 됐지만.... 찝찝하죠...


뭐 그외에도 난감한 일은 많습니다.

'학부실험보조 조교' 이 말은 듣기에는 좋게 들리지만 정말 노가대에 

버금가는 힘든 일이 랍니다.

청소는 기본이고 심부름, 노동 거기에 학생들 다루는 일까지....

혹시나 학교에서 실험조교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를 해주는 눈으로 봐주시면 좋겠네요.

오늘은 이정도만 하지요.

내일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반가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꿈들 꾸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