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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대학원일기-예전글

[대학원일기] 세미나(2)

이제 두번째 글입니다.
밑에 어느분이 전 편한 대학원 다녔다고 그러시더군요...
흑흑~~~
맞습니다...
대학원 일기는 과장을 섞는다고 했지만 실상 거의 있는 그대로
제가 겪었던 대학원 생활을 옮겨보는 것이거든요..
설마 그런다고 힘든 대학원 생활을 하라고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 쩝...
그냥 대학원에서 이런 생활을 하구나 정도로 읽어주세요...
에구 서두가 길었습니다.

대학원 일기 - 세미나편

대학원에 입학하면 대학생들과 가장 틀린 것이 바로 이 세미나다.
이 세미나 발표를 보통 같은 실험실 내에서도 하기도 하고 다른 실험실이나
학과 전체를 모아놓고 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 대학원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실험실에서 자체 세미나를 하게된다.
모든게 내부에서 처리되는게 무섭듯이 이 자체 세미나가 장난이 아니다.
보통 신입생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일정주제에 대해
세미나 발표를 해야 하는데...
주어지는 주제는 보통 이틀이상을 꼬박 준비해서 발표해야 하는 주제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표준비를 하도록 놔두냐 하면 그게 아니다.
아침 9시에 나오면 밤 10시까지 쉴새없이 이 일 저일을 시키며 정신없이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밤 10시이후에는 전에 언급한대로 술집으로 직행.
그러다 보면 세미나를 준비할 시간은 없다.
하지만 세미나 준비를 안하면 짐싸고 실험실에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갖 틈새시간에 세미나 발표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첫 세미나 준비를 하고 발표를 하게되면 거의 백이면 백
깨지게 된다.
왜냐하면 세미나 발표를 듣는 사람들도 그런 세미나 과정을 거쳤고
그 분야에서 적어도 1년이상 많게는 5년이상을 공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토시 하나만 틀려도 틀린 것을 잡아낼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보통 한번 주제를 주면 첫번째 발표에서 그 주제를 완벽히 발표하는 후배는
거의 없었다.
보통 한 5분에서 10분정도 발표하고 1시간 정도 소리를 듣고 나서
다시 준비하는게 일반적인 경우이다.
보통 이렇게 되면 여학생의 경우 눈물을 흘리고 남자들의 경우 세미나 발표후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게 된다.
좌절을 느끼면서.....
실제로 우리 실험실에서는 2분 발표후 3시간동안 깨진 전설같은 선배(?)도 있다.
본인이 군대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를 갔다온 선배가 대학원에서는 밑에
들어온 경우가 있기 때문에 2분 발표후 3시간 동안 깨진 선배는 악독한
상배(?)에 의해서 깨진 것이다.
여기서 용어 정리를 하자면...
고등학교를 먼저 졸업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선배'이다.
그렇다면 늦게 졸업하고 나이가 적은 사람은 '후배'이다.
그렇다면 대학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나이를 불문하고 대학원에 먼저 입학한 사람은 '상배'
늦게 입학한 사람은 '하배'가 된다.
이와 같이 용어를 정리해 드리면 눈치 빠른 독자는 악독한 상배(?) 가 누구인지
짐작이 갈것이다.
이와같이 세미나때 깨지는 일이 보통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정도 간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발표하는 요령도 늘고 실력도 늘지만....
세미나때 하배를 괴롭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하배: 이러이러해서 밥은 쌀을 익혀서 만듭니다.
상배: 질문 - 그렇다면 익힌다는것은 어느정도까지를 말하는거죠?
어떠한 상태를 쌀이 익었다고 말하는거죠?
하배: 우물쭈물...
상배: 언성을 높히며 - 쌀이 밥이 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한 거죠.
익었다는 정도도 판가름 못하면서 밥이란걸 어떻게
만드나요...
그렇게 공부해서 뭘하겠어.....
.........

이런식으로 따지고 들어가는 거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공부를 할때 책의 써진 글만 보는게 아니라 더 깊은
내용을 보도록 훈련하는 것이지만..
즉 책에 어떠한 내용이 있으면 그 내용만 읽고 외우는게 아니라
그 내용을 다시 비판하고 점검하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첫 세미나를 마치면 다시 술집으로 직행한다.
한참 가라앉은 하배, 후배의 기분 풀어주러...
그리고 내일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른다.

에고 오늘은 여기까지...
세미나 이야기를 하려니 영 재미가 없군요.
내일은 대학원 체육대회 이야기를 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