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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일기] 피뢰침

수소화물 2011. 11. 28. 10:40
오늘 이야기를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피뢰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피뢰침이란 아시다시피 번개가 치면 그 번개를 자기가 끌여들여 건물을 보호해

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도 이 피뢰침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피뢰침의 역할을 하냐구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요... ^^

이 상황을 한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 교수님이 화가 나시면....

당연히 번개가 칩니다.

이 번개는 실험실에서 가장 선배인 박사과정이 피뢰침 역할을 해서 막아줘야 

합니다.

주로 박사과정들이 교수님 방에 불려가서 온갖 야단을 다 맞는 거죠.

덕분에 석사 1년차 들의 후배들은 교수님이 치는 벼락은 맞을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선배들이 치는 벼락은 자주 맞지요. ^^

참 어떤 실험실은 박사과정 선배들이 피뢰침이 아니라 증폭기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더군요. ^^


2. 학회발표 때

학회발표는 언제나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어떤 꼬투리를 잡혀서 어떻게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이때는 두가지 방법으로 번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발표자의 동료들이 대신 방어를 하는거죠. 

대신 답변하고 대신 응대하다보면 토론식이 되니깐 좌장이라는 분이 논쟁을 

중지시키고 다음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니면 자신이 발표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발표할 때 그 사람을 집중 공격해서

발표자들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시간에 쫓기고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에 질문이 적게 

나오죠.

하지만 희생양을 잘못 고르면 나중에 배가 되어서 복수가 돌아옵니다. --;


3. 실험실 일이 많을 때면...

가장 쉬운 피뢰침은.... 집안의 행사입니다.

제사 등을 핑계로 모든 것을 팽개치고 집으로 도망가는 거죠.

설마 누가 집안에 일이 있다는데 뭐라고 하겠습니까?

네? 그런 사람이 있다구요?

있으면 말구....


3. 사고가 나면...

실험실에서 화재나 기타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이때 학생들을 학교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지도교수님

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학생들은 교수님께 가장 의지하구요.

어려울 때 학생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실분은 교수님 뿐이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번 서울대 폭발 사고때 그 학생들의 지도교수가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면...

학생들은 교수님을 믿지 못하게 되죠...

번개를 막아주지 못하고 모양만 있는 피뢰침은 있으나 마나니까요. ^^


오늘은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다음엔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그리고 교수님을 상황별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예전에 한번 했었는데.. 아직도 비교할 거리가 많네요. ^^

즐거운 주말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