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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일기] 기억에 남는 사건들

수소화물 2011. 11. 22. 09:43
오늘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대학원 생활을 하다가 겪었던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을 소개해 보

겠습니다.

좋았던 일, 황당했던 일, 슬펐던 일 등이 있지만 오늘은 조금 황당했던 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아침에 나와보니 실험도구가?

석사 1년차 때의 일입니다.

아침에 학교를 나왔더니 학부 실험을 위해서 구매해 두었던 알루미늄봉, 황동봉,

탄소강 봉등이 싹 사라지고 없더군요. --;

위에 언급한 봉들은 저희 학과에서 하는 실험인 금속의 조직을 관찰하기 위해서

봉을 잘라 표면을 연마(거울처럼 얼굴이 비치도록 사포로 가는 작업 --;)하기 위

해서 사 놓은 것이죠.

이게 왜 없어 졌나 했더니 그 전날 있었던 전경들의 학교 습격(?)때 전부 압수

당했다고 하더군요.

철봉들은 데모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나요? --;

아무튼 상황의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고 실험에 사용할 재료들을 그것도 실험실

에서 압수해간 전경들의 무지함에 황당함을 김치 못하겠더군요. --;


2. 실험실에 전화가...

저희 실험실의 전공은 수소저장합금이라는 재료입니다.

이 재료의 특성을 연구하거나 이것을 응용하는 것을 알아가는 곳이죠.

이중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Ni-MH 전지입니다.

쉽게 말해서 배터리를 연구하는 것이죠.

덕분에 실험실에 가끔 이런 전화들이 걸려옵니다. --;

- 캠코더 배터리가 이상하게 20분 정도 밖에 사용을 못해요. 왜 그런거죠?
(배터리 문제일 수도 있지만 캠코더 회로 문제일 수도 있고, 테스트를
해보지 않으면 배터리에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배터리는 원인을 알아도 문제 해결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시니 문제입니다. --;)

- 전지 싸게 파는 곳 아세요? --;

- 우리집 면도기가 충전이 안돼요. 왜 그런거죠.
(이건 면도기를 가져와서 보니 충전회로가 끊어졌더군요. --;)

- 차가 시동이 안 걸려요. 배터리가 나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죠?
(어떡하긴요. 카센타에서 배터리 새걸로 갈아야죠. --;)

- 아! 거기 건전지 연구하는 곳이죠? (전화상으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건전지란 1차전지(재충전이 안되는 전지)의
일종으로 영어로 dry cell 이라는 놈이지요. 제가 연구하는 것은 여러
번 충, 방전이 가능한 2차전지랍니다. --;)

오직 전지를 연구한다는 것 때문에 전지하고 관련된 것은 다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사실 컴퓨터공학과에는 컴퓨터 구입하려는데 어떤 걸 구입해야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


3. 교수님이 피신을....

저희 교수님이 학교에서 보직을 맡으셨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부처장이라는 보직을....

이때 학생들과 마찰이 좀 있으셨습니다.

저희는 저희 교수님을 좋아하고 또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시는 분이 아

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수님이 하신 행동에 더 점수를 주고 싶었습

니다만 학생들(학생회 사람들)은 대자보에까지 교수님 이름을 거론하면서 나중

엔 학교 본부 건물을 점거하더군요.

그때 교수님은 다시 실험실로 피신해 오셨고....

저희는 실험실 불도 못 켜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짱돌 날아올까봐....

학생들이 설마 그러겠냐고 물어보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제로 저희 학교에

서 그런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저희 학교 학생들이 좀 그런 쪽으로는

안 좋은 인식이 박힌 편이거든요. --;)

그때가 가장 조마조마했고 한편으로는 황당했었던 것 같습니다. ^^


4. 학점 때문에...

학점은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게 만들지요.

특히 F 학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몇 년전 저희 학과 교수님 한 분이 4학년 학생에게 F 학점을 주신 적이 있

습니다.

담당 교수님은 외국 출장 때문에 성적공고만 하시고 출장을 가셨는데 4학

년인 이 학생은 이 F 학점 때문에 한 학기를 학교를 더 다니게 되어 버린 것

입니다.

그날 밤 F를 주신 교수님 방 앞에 기름을 뿌리고 누가 불을 질러버렸습니다.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서 진화한 덕에 문만 조금 타는 정도로 끝났지만요.

저희들로서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고 또 문제를 크게 만들면 학생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쉬쉬하면서 넘겼습니다.

물론 그 담당교수님은 외국출장에서 돌아오셔서도 그 사실을 모르도록 했구요.

성적이 공고되면 가끔 아주 가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성적공고 다음날 그 교수님 차가 못으로 긁혀 있다든지 학생이 술먹고 와서

행패를 부린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상황을 보면 황당하다 못해 씁쓸한 기분이 들더군요. --;

자신의 성적은 바로 자신이 만든 결과인 것을 승복 못하는 사회...

별로 바람직해 보이는 사회는 아니죠? ^^


오늘은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내일은 실망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그럼 행복한 한주를 맞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