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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일기] 조교

수소화물 2011. 11. 16. 09:32
오늘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대학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험조교 말고 행정조교에 대해

서 알아보겠습니다.

실제로 대학원에서 실험조교보다는 행정조교가 '조교'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죠.

이 행정조교는 한 학과에서 많게는 4명, 적게는 1명 정도가 있으면서

행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조교들에 비해서 해야 하는 잡다한 일이 많은 직종이죠.

여기서 직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국립대의 경우 이 행정조교는

공무원 수준의 보수를 받으며 실제로 공무원증까지 발급이 됩니다.

사립대의 경우는 조금 보수도 작고 공무원 대우도 받지 못하죠.

아~ 사립대 교수들도 공무원 대우를 못 받는군요. 

보통 이러한 행정조교들은 일반 공무원처럼 행정업무를 처리함은 물론이고

보통의 대학원생들과 같이 교수님들의 잔심부름에서 실험 총괄까지 하는 일이

꽤 많습니다.

그럼 이러한 행정조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교수님들 비서

일반 대학원생들이 교수님들의 개인 비서를 하긴 하지만 가끔은 이 행정조교

들도 교수님들의 비서 노릇을 해야 합니다.

더 힘든 것은 한 분의 교수님 비서 노릇만이 아니라 모든 교수님들의 개인적

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교수님들이 자료 복사하기, 증명서 발급하기, 교수님들 원하시는

곳으로 모셔다 드리기(술 드시러 가실때는 차를 안가지고 가시거든요.), 전화

대신 받아 메시지 전달 해주기, 이 교수님의 메시지를 다른 교수님께 전달하기,

교수님 통장 정리하기 등의 일을 하게 됩니다. 


2. 대학원생들의 대표

대학원 대표로는 대의원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학원생들이 뭘 잘못하게 되면 

대표로 야단 맞는 일이 조교의 일이기도 합니다.

일이 어떻게 되는 지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 맞는 일이 많죠. ^^

일을 벌인 건 대학원생이고 조교가 대표로 야단맞는거죠.

물론 조교는 야단맞은 후에는 대학원생들에게 가서 분풀이를 하지요. ^^


3. 학생회 달래기

학생회와 교수님들과의 사이에는 조교가 있습니다. --;

교수님들이 학생들이 이렇게 하기를 원하신다면 그걸 학생회에 가서 전달하

고 학생회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있으면 그걸 교수님들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학생회 간부들과 술도 한잔 해야하고(당연히 조교가 사야하

지요.) 가끔은 학생회 간부들과 싸우기도 해야 합니다.

훌륭한 조교는 학생회 간부들과 의견 조율을 잘하면서 교수님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조교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

아무튼 조교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중재자 역할도 있습니다.


4. 학과장비 파악하기

행정조교이다 보니 학과에 있는 모든 실험 장비를 파악하고 고장나면 

수리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어느 실험실에 무슨 장비가 있고 언제 구입했으며 수리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관리해야 하는 실험장비가 많게는 1000여개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


5. 시간표 짜기와 수강신청 지도하기

조교 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입니다.

교수님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그 교수님의 과목을 편성해야 하고 또 학생들은 

적절히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걸 조율하면서 짜야 하는게 시간표죠.

조금만 잘못 짜도 다른 교수님께 야단 맞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졸업이 힘들다고 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

니다.

또한 학생들이 졸업학점이 얼마 남았는지, 또 무슨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지를 

물어올 때마다 각각 학생들의 상황에 맞춰 이를 지도해야 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수강신청 때만 되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6. 실험 총 감독

대학원생들이 학부 실험에 보조로 들어가서 실험조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학부실험에서 총대장 역할을 조교가 하게 됩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직접 학점도 주고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었지요.

물론 이 실험을 담당하는 공식적인 사람은 교수님들이구요. --;


7. 예산 관리 및 집행하기

저희 학과의 경우 1년에 보통 1억 5천만원 정도의 돈을 집행합니다.

물론 현금을 손에 쥐고 쓰는게 아니고 서무과에 물건 구매 계획서를 올리고

이 물건이 제대로 들어왔나 검수하고 교수님 별로 제대로 분배가 되는가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일이 조교의 일이기도 합니다.

기계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보통 서너군데 이상의 회사와 연락을 하고

가격흥정을 하고 규격서를 작성해서 구매계획을 올리는게 또 조교의 일이기

도 합니다. --;


8. 기타

많은 문제에서 행정직원들과 다툼을 해야 하고(특히 학생들에게 관련된

분야, 성적, 졸업이수학점등) 가끔은 아부도 해야하고 때로는 교수님들의

개인행사 연락도 해야하고 날아오는 공문들마다 전부 작성해서 회답해

줘야 하고 때로는 취업 추천서를 받아 어느 학생에게 전해줄 것인가를

학과장님과 상의 해야 하는 등 생각보다는 일이 많습니다. --;


이런 조교를 저번 주 토요일에 그만 두었답니다. ^^ 

그래서 지금은 무척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임조교에게 일을 인계인수

하고 있답니다.

물론 조교를 하면서 편하게 통신하고 전화하던 특권은 사라졌지만...

내일은 '가장 초조해질 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