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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일기] 불청객
수소화물
2011. 10. 30. 09:34
오늘은 대학원 실험실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서 안 왔으면 하는 사람들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뭐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1. 책 외판원들
책을 파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끔 노크를 하고 들어와서 책을 팔기
위해 가뜩이나 바쁜 실험실에 시간을 잡아먹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팔러온 책들도 대부분 영어나 일어 잡지...
영어와 일어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필요하면 어련히 알아서
신청하고 볼텐데 실험실까지 찾아와서 시간을 뺏으면........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계속 이야기를 계속 하기
때문에 저같은 경우는 바로 '생각없습니다' 이 한마디로 물리치곤 하지요.
물론 책 외판 하시는 분들도 힘드시겠지만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니
냉정해 지게 되더군요.
2. 모금원들
대학원 실험실에는 책 외판원들 외에도 아르바이트 학생이라는 친구하고
성금 모금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어떤 경우에는 모금을 하고 작은 물건이라도 사주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오기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나중엔 이 사람들이 오면 외면할려고 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도 합니다.
이 자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그 쪽에서 하면...
"저 이 실험실 사람 아니라 놀러온 사람입니다."
하고 도망가는 거죠.
3. 수금원
히~~ 사실 수금원이 아니라 과학상사같은데서 돈을 달라고 올때 돈이
없으면 참 난감합니다.
정말 피하고 싶어지죠.
제가 이 통신상에서 아는 분 중에 한 분도 과학상사에 근무하시던데
제가 이 말 하면 저를 미워하시겠죠?
그래도 빚진 사람은 빚을 받을려고 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습니다.
이해..... 부탁합니다.. 히~~
4. 옆방 실험실원
원래 반가운 친구들이지만 가끔 실험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은 좋은 이야기를 하자고 왔지만 한참 저희가 실험에 바쁠때 와서
말을 꺼내면 대꾸를 할 수도 안할 수도 없게 되죠.
결국 실험도 제대로 못하고 대꾸도 제대로 못하고 둘다 제대로 못하게
됩니다.
또 옆방 실험실 친구들은 실험장비나 도구 빌리러 많이 옵니다.
그런데 한번 빌려가면 절대 찾으러 가기 전까지는 돌려주는 것을 까먹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정말 실험실에 안왔으면 하는 사람들이죠.
5. 교수님
실험실에 안 오셨으면 하는 분들 중에 1등은 당연히 교수님입니다.
한번 들어오시면 실험실을 헤집고 트집을 잡고 야단을 치고 나가시는데
누가 교수님을 반기겠습니까?
교수님이 한번 들어오셨다 나가시면 실험실은 말그대로 원폭을 맞은 듯이
초토화된답니다.
지도교수님이 아니라 다른 교수님이 오시더라도 혹시 저희가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진짜 머리만 식히려고 히~~) 오락이나 다른 걸 보고 있다면....
바로 우리 교수님께 이 소식이 들어가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오시는 것은
제일 반갑지가 않습니다.
실험실 문패에는 대부분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여기는 대학원 실험실이오니 실험과 관계가 없으신 분은 출입을 삼가해
주십시요."
하지만 저희 마음은
"여기는 대학원 실험실이오니 교수님께서 출입을 삼가해 주십시요"
라고 하고 싶답니다.
물론 이렇게 썼다간.....
오뉴월에 개맞듯이 맞겠지요?
가끔 실험실에 찾아오는 학부생들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 대학원생들의 속도 모르고 잡담이나 다른 이야기 정도만 하고 가기
때문이죠.
학부생들 눈에는 '대학원생들은 빈둥빈둥 놀고 다닌다'라고 보인다고 하더
군요. 속에 숨어 있는 고통은 모른체... 쩝.
오늘은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내일은 교수님들이 미워질때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