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글/대학원일기-예전글

[대학원일기] 대학원생 구별법

오늘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대학원생들을 구별해 내는 방법입니다.

물론 제가 공대생이다 보니 공대 대학원생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일 수 있고

아직 때(?) 묻지 않은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만 쉰내가 펄펄 나는 오래된 대학원생들에게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말이랍니다. ^^

그럼 구분을 지어 보겠습니다.


1. 옷차림으로 구분하기

대학생: 화사한 옷차림에 깔끔한 이미지로 젊은 티가 난다.

대학원생: 흔히 말하는 기지바지에 아저씨와 같은 분위기를 심어주는 옷을 선호
흰색바지나 밝은 바지보다는 때가 묻어도 잘 보이지 않는 양복바지
등을 선호한다.
위에 입는 옷은 주로 남방을 선호하며 단추는 하나 정도 끌러 단정함을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졸음이 오는 자세로
걸어다니기도 한다.
한마디로 아저씨 스타일이죠. ^^


2. 학교내에서 돌아다니는 시간대와 장소로 구분한다.

대학생: 수업이 없는 시간, 특히 쉬는 시간에 많이 볼 수 있다.

대학원생: 수업이 쉬는 시간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수업하고 있는 시간에 매점이나 커피자판기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틀림없는 대학원생이다.
가끔은 활기차게 무슨 물건을 나르고 있는 사람도 역시
대학원생이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주로 영어로 된 논문들 주위에 몰려있으면서
논문을 읽지는 않고 무조건 복사부터 하는 사람 역시 대학원생
이다. 
학교 주변 유흥가에는 낮시간대에는 거의 보이지 않다가 밤 10시
가 넘은 시간에 술을 푸고 있는 사람들 역시 대학원생이다.


3. 하는 말로 구별하기

대학생: 워낙 다양한 말을 하니 구별하기 힘들다.

대학원생: 이런 말들을 하면 대학원생이다.
'우리 교수님이....'
'이번 보고서 실험이 어쩌고 저쩌고..'
'미팅 한번 해보는게 소원이다'
'어제는 누가 대학 2학년이냐고 물어보더라. 나 아직 안 죽었지?'
'학부생들은... '
(주) 대학생들은 자신을 학부생이라고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디펜스가 어쩌고, 저널이 어쩌고 프로포절이 어쩌고, 페이퍼가 어쩌고
하면서 쉬운 영어 단어를 쓰는데 이야기 상황으로 봐서는 잘 못 알아
먹는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으면 대학원생이다.


4. 사람만날 때 구별하기

대학생: 무슨 과목이 어떻고, 누구 교수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가끔한다.

대학원생: 같은 대학원생이 아니면 절대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안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지겨운데 다른 사람 만나면서까지 공부이야기
를 꺼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처음부터 공부이야기만 하는 이상한 대학원생도 있다.
보통의 대학원생은 가급적 최신 유행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알고 보면 최신 유행도 이미 한물간 유행인 것을
알아차리는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5. 같이 길을 걸어가다가

대학생: 아주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간다.

대학원생: 조금 예쁜 여자가 지나가도 자연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열심히 하던 이야기가 있어도 조금 예쁜 여자만 봐도 잠시 멈춘다.
괜히 창이 비치는 미용실 같은 곳을 힐끗힐끗 하고 쳐다보고 지나
간다.
핸드폰 가입 선전하는 나레이터 모델을 보고 침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제 후배 중에서...)


6. 전화받을 때

대학생: 응, 네, 뭐 이런 짧은 대화가 주로 이다.

대학원생: 전화받을 때 '네 누구누구입니다' 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전화에 대고 이렇게 말을 잘한다.
'응, 알았어. 곧 들어갈께'
'네 여기 책 찾고 있는데요' (당연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 ^^)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이외에도 항상 얼굴에 잠이 모자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 저녁에 

버스를 타면 바로 잠이 드는 사람, 아침 10시 정도에 천천히 학교를 나오는 

사람, 술도 안 먹고 밤 12시 정도에 학교에서 나오는 사람, 사람을 만나면

대화주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 가끔은 면도도 안하고 털이 덥수룩하고

머리도 안 깜아서 비듬이 떨어지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대학교 내에서 발견한다면 대학원생일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그런데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죠?

참 뒷주머니에 영어잡지를 꽂고 다니는 사람이나 책을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은 절대 대학원생이 아니란 것도 미리 말씀드릴께요. ^^

오늘은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다음엔 대학원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